거인의 어깨/영화

    중경삼림(1994) - 스포주의

    중경삼림(1994) - 스포주의

    네가 떠나서 내 방이 슬퍼하고 있어 중경삼림은 두 개의 다른 에피소드를 엮어서 만든 영화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파 vs 두 번째 에피소드 파로 갈리는 듯 한데, 나는 단연코 경찰x페이를 다룬 두 번째 에피소드 파다. “실연한 짝사랑하는 사람 방을 매일 몰래 청소해주는 여자” 언뜻 들으면 소름끼친다. 장르가 공포였던가? 실제로 스토커처럼 방을 들락날락 했다기 보다는, 영화적 묘사라고 생각한다. 경찰 663이 비누와 수건을 들면서 이제 그만 극복하거나 힘내라고 말하는 건 자기 자신에게 하는 소리다. 즉, 방은 경찰 663의 감정 그 자체다. 그리고 페이는 그 감정을 하나씩, 경찰 663도 모르게 밝고 경쾌하게 바꿔준다. 어쩔 때는 물이 넘쳐 흐르듯 그녀의 감정이 그에게 쏟아진다. 그리고 그렇게 감정을 받은..

    쿵푸팬더4 (2024) - 스포주의

    쿵푸팬더4 (2024) - 스포주의

    [더빙의 매력을 알다] 쿵푸팬더 하면 성우를 맡은 잭 블랙의 찰진 연기를 빼 놓을 수 없는데, 영화를 급하게 예매하다보니 더빙으로 잘못 예매해버렸다. 평소에도 더빙/자막 하면 무조건 자막을 고르는 편이다. 원작의 말투와 대사를 느낄 수 있고, 덤으로 외국어 공부까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보게 된 더빙판 쿵푸팬더에서 더빙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대학교에서 교수님이 외국어 공부가 어느 경지에 이르면 자막을 한 글자씩 해석하는 게 아니라 통으로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우리가 원어를 읽을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막을 단어 단어로 읽지 않고 한 번에 이해한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발화와 다르다. 문장을 마치기 전까지는 이 대사가 어떻게 끝날지 관객이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유머는 ..

    괴물(2024)

    괴물(2024)

    어떤 영화는 끝날때서야 전체적인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일명 반전 영화라고 한다. 이 영화의 반전은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경종을 울린다. 관객은 괴물이라는 영화 제목에 현혹돼 보는 내내 괴물은 누구일까 찾는다. 나는 괴물은 누구냐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보고 사이코패스물을 상상했다. 하지만 결국 괴물은 없다. 성장통을 겪는 두 명의 아이가 있었을 뿐이다. 영화는 가장 약한 존재인 성소수자 아이 두명을 주인공으로 어른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어른들 또한 또한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괴물같은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괴물은 아니다.아이와 학생을 사랑하는 평범한 어른일뿐이다. 하지만 사소한 혐오적 표현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아 본인을 괴물로 생각하게 한다. 세상의 약함을 조명하는..

    파묘 (2024)

    파묘 (2024)

    한국 무속 신앙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미스터리물. 서구에 유전 감독이 있다면 동양에는 장재현/나홍진이 있다. 어떤 인물을 믿어야 할지 관객이 혼란스럽고 헷갈리게 만드는 구성이 특히 주요한 감독의 장점이고 특징이다. 하지만 파묘는 등장인물들간의 심리전보다 무속 신앙을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 공포물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 그리고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더욱 살렸다. 그러다보니 주인공 4인의 캐릭터성이 두드러지진 않았다. 특히 유해진은 기독교를 믿는 시체 관리사 이상도 이하의 역할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툭툭 개그를 던지는 정도로 사용된 느낌. 오히려 일제 강점기 장군의 여동생 서사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캐릭터는 그를 둘러싼 주변인이 견고할 수록 힘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민족적인 정서가 강..

    엠 버터플라이(1993)

    엠 버터플라이(1993)

    유튜브에서 남자 중국인을 여자로 착각하고 20년동안 결혼생활을 한 프랑스 대사관 직원에 관한 클립을 보다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엠 버터플라이가 재밌다는 댓글을 보고 다운 받았다. [짧은 평] 순종적인 동양여성에 대한 판타지가 있던 독일 남자가 그 판타지를 충실히 재현해주는 중국인 여장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아무리 그를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더라도 그는 멈출 수 없다. 그가 사랑한 건 타인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판타지와 신념이었기 때문이다. 왜 경극에서 남자가 여자 역할을 할까요? 여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남자가 잘 아니까요. 영화는 고전 오페라 나비부인을 극에 조화롭게 투영시킨다. 동양 여성에 대한 모든 판타지는 나비라는 메타포로 묘사된다. 옛 고사성어 호접지몽 그..

    가여운 것들 (2023)

    가여운 것들 (2023)

    [독특한 상황 설정] 영화는 벨라라는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다. 하지만 여느 소녀의 성장물과는 다르다. 죽은 엄마의 몸에 뇌가 이식된 소녀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녀의 삶은 특별하다. 발달되지 않은 정신과 달리 그녀의 몸은 그녀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섹스든, 여행이든, 폭식이든, 그녀의 원초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따라서 그녀는 성숙한 몸이 가진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엄청난 속도로 세상을 학습하고 가치관을 확립한다. [왜 제목은 Poor Things 인가] 세상을 여행하는 그녀의 눈에는 가여운 것들이 많다. 부모가 없는 자기 자신, 괴상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놀림받는 양아버지, 소심한 약혼자, 허세와 질투심으로 가득찬 밀회인, 성욕을 잃은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