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

    파묘 (2024)

    파묘 (2024)

    한국 무속 신앙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미스터리물. 서구에 유전 감독이 있다면 동양에는 장재현/나홍진이 있다. 어떤 인물을 믿어야 할지 관객이 혼란스럽고 헷갈리게 만드는 구성이 특히 주요한 감독의 장점이고 특징이다. 하지만 파묘는 등장인물들간의 심리전보다 무속 신앙을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 공포물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 그리고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더욱 살렸다. 그러다보니 주인공 4인의 캐릭터성이 두드러지진 않았다. 특히 유해진은 기독교를 믿는 시체 관리사 이상도 이하의 역할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툭툭 개그를 던지는 정도로 사용된 느낌. 오히려 일제 강점기 장군의 여동생 서사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캐릭터는 그를 둘러싼 주변인이 견고할 수록 힘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민족적인 정서가 강..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2023)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2023)

    [이야기의 힘] 이야기는 영화와 문학뿐에 한정되지 않는다.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형식이 이야기다. 작가들은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비단 그 영향력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좋은 이야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도 강조한다. '이야기' 자체를 설명하는 서사 문화비평학자의 측면에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책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심심풀이나 즐거움, 또는 도덕과 교육의 매개체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 인간은 스토리에 매달리는가] 첫째로, 인간은 부조리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우연 속에서 살아갈 힘과 자기효능감을 얻기 위해 스토리에 의존하고 매달린다. 번개로 인해 자신이 일궈왔던 모든것이 불타 없어졌다. A는 번개가 내리치는 이유를 파악하여 피뢰침을 세..

    생각의 탄생(2007)

    생각의 탄생(2007)

    [논리는 직관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것에 지쳤었다. 똑같은 자료가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가 되었다. 정답과 오답이 있는 업무를 하면서 틀리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데이터 분야로 전직했다. 하지만 직관 없이 일을 잘 해내는 건 무리라는 걸 깨닫는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직관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답을 확신할 수 있는 구식의 일만 답보할 뿐이다. 이 책은 논리를 찬양하고 이성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한 번쯤 곱씹어 보아야할 주제를 던진다. 직관이 논리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 모형을 사용하는가? 아니면 진리를 알아낸다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수학 공식을 가동하는가? 답은 후자다." 지금은 '문과 남자의 과학..

    엠 버터플라이(1993)

    엠 버터플라이(1993)

    유튜브에서 남자 중국인을 여자로 착각하고 20년동안 결혼생활을 한 프랑스 대사관 직원에 관한 클립을 보다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엠 버터플라이가 재밌다는 댓글을 보고 다운 받았다. [짧은 평] 순종적인 동양여성에 대한 판타지가 있던 독일 남자가 그 판타지를 충실히 재현해주는 중국인 여장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아무리 그를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더라도 그는 멈출 수 없다. 그가 사랑한 건 타인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판타지와 신념이었기 때문이다. 왜 경극에서 남자가 여자 역할을 할까요? 여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남자가 잘 아니까요. 영화는 고전 오페라 나비부인을 극에 조화롭게 투영시킨다. 동양 여성에 대한 모든 판타지는 나비라는 메타포로 묘사된다. 옛 고사성어 호접지몽 그..

    모든 순간의 물리학(2015)

    모든 순간의 물리학(2015)

    [요약] 물리학과 철학이 읽기 쉽게 쓰여진 좋은 책이다.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물리학 이론 두개와, 두 개의 이론을 바탕으로 해석한 우주, 조금 더 급진적인 물리학 이론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의 존재 가치와 삶의 가치관을 말한다. [책이 설명한 물리학 이론들] 물리학은 세상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아이슈타인은 공간또한 물질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는 그저 세상의 숨겨진 법칙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그 개념이 흔들린다. 전자는 양자도약을 통해 다른 전자로 바뀌지만, 양자도약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그 가능성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양자물리학 이론들은 물리계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가여운 것들 (2023)

    가여운 것들 (2023)

    [독특한 상황 설정] 영화는 벨라라는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다. 하지만 여느 소녀의 성장물과는 다르다. 죽은 엄마의 몸에 뇌가 이식된 소녀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녀의 삶은 특별하다. 발달되지 않은 정신과 달리 그녀의 몸은 그녀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섹스든, 여행이든, 폭식이든, 그녀의 원초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따라서 그녀는 성숙한 몸이 가진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엄청난 속도로 세상을 학습하고 가치관을 확립한다. [왜 제목은 Poor Things 인가] 세상을 여행하는 그녀의 눈에는 가여운 것들이 많다. 부모가 없는 자기 자신, 괴상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놀림받는 양아버지, 소심한 약혼자, 허세와 질투심으로 가득찬 밀회인, 성욕을 잃은 노인,..

    보통 사람들의 전쟁(2019)

    보통 사람들의 전쟁(2019)

    판데믹이 창궐했다. 책이 예견한 일자리 감소와 사람간 단절, 온라인 교육의 단점, 부의 양극화를 2년간 겪으며 책이 말하는 주장이 더욱 와닿았다.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업은 예견된 일이고 우린 이를 위해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기술 거품의 수혜자임에도 불구 마음 두 켠이 신경쓰일 때가 있다. 한 켠은 판데믹과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고, 한 켠은 내가 올라타 있는 이 거품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내가 언제든 필요없게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이다. 기업은 효율성을 중시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인간이 그렇다. 나만해도 내 일을 줄일 수 있다면 기계를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 뒤에 숨어있는 실업을 생각하지 못했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걸 매일 접하면서도 ‘편하겠다’ 는..

    이주하는 인류(2023)

    이주하는 인류(2023)

    이주하는 인류(2023) 이동진이 추천한 2023년 3대 책 중 마지막 책을 끝냈다. 전세계 여기저기를 떠돌며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를 살고있는 저자가 “언제쯤 정착할거냐”라는 말을 듣고 쓴 책이다. 저자는 이주가 정상적인 활동이며 인간 조건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욕망과 속성은 다르다.] 인간은 정착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배는 가혹한 형벌이었다. 더 과거로 돌아가 메소포타미아 시절부터 도시 사람은 유목민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유목은 천하고 정착은 세련된 것이다. 이주는 익숙한 것에서 강제로 멀어져야 하는 자유의 박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과는 반대로 인류의 속성은 이주로 이루어진다. 이주민을 배척하는 이들또한 이주민 출신이다. 영광스러운 로마 제국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