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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2023)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2023)

    한국어 제목보다도 원제가 더 와닿는다. All the beauty in the world. 아름다움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미술품들 사이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이 책은 ‘고귀한 것과 평범한 것 모두에서 기쁨을 찾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생에 대한 의지와 목표를 잃던 주인공은 도피성으로 미술관 경비원으로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선택한다. 경비원은 따분하고 지루한 직업이다. 말 그대로, 머리를 쓰지 않는 단순 노동이다. 같은 맥락에서 책 ‘편의점 인간’이 떠올랐다. 살고는 싶지만 세상에서 피하고 싶은 주인공이 택할 법한 일이다. 하루가 끝난 후 86번가에서 지하철을 탄 나는 우물처럼 샘솟는 연민의 마음으로 동승자들을 둘러본다. 평범한 날이면 낯선 사람들을 힐끗 보며 그들에 관한 가장 근..

    월요병을 이기려면 일요일에 출근하세요

    월요병을 이기려면 일요일에 출근하세요

    이번 글의 주제는 "나와 오래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유형화 해두어야 할까? 알고 맞으면 덜 아프기 때문이다. 그들이 올 것을 알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입을 열면 "또 그러겠거니..." , 행동을 하면 "또 저런다..." 로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아니면 처음부터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없애 타격 자체를 회피할 수 있다. 조직 생활에서는 후자가 쉽지 않다. 싫더라도 강제로 붙어 있어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대비해야 하니 그들을 유형화 하는 건 좋은 접근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의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첫 번째로, 그들은 뒷담화를 유독 좋아한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인간이 느끼는 쾌락 순위를 보고 무릎을 딱 쳤다. "험담을 할 때"의 쾌..

    파묘 (2024)

    파묘 (2024)

    한국 무속 신앙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미스터리물. 서구에 유전 감독이 있다면 동양에는 장재현/나홍진이 있다. 어떤 인물을 믿어야 할지 관객이 혼란스럽고 헷갈리게 만드는 구성이 특히 주요한 감독의 장점이고 특징이다. 하지만 파묘는 등장인물들간의 심리전보다 무속 신앙을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 공포물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 그리고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더욱 살렸다. 그러다보니 주인공 4인의 캐릭터성이 두드러지진 않았다. 특히 유해진은 기독교를 믿는 시체 관리사 이상도 이하의 역할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툭툭 개그를 던지는 정도로 사용된 느낌. 오히려 일제 강점기 장군의 여동생 서사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캐릭터는 그를 둘러싼 주변인이 견고할 수록 힘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민족적인 정서가 강..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2023)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2023)

    [이야기의 힘] 이야기는 영화와 문학뿐에 한정되지 않는다.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형식이 이야기다. 작가들은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비단 그 영향력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좋은 이야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도 강조한다. '이야기' 자체를 설명하는 서사 문화비평학자의 측면에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책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심심풀이나 즐거움, 또는 도덕과 교육의 매개체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 인간은 스토리에 매달리는가] 첫째로, 인간은 부조리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우연 속에서 살아갈 힘과 자기효능감을 얻기 위해 스토리에 의존하고 매달린다. 번개로 인해 자신이 일궈왔던 모든것이 불타 없어졌다. A는 번개가 내리치는 이유를 파악하여 피뢰침을 세..

    생각의 탄생(2007)

    생각의 탄생(2007)

    [논리는 직관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것에 지쳤었다. 똑같은 자료가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가 되었다. 정답과 오답이 있는 업무를 하면서 틀리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데이터 분야로 전직했다. 하지만 직관 없이 일을 잘 해내는 건 무리라는 걸 깨닫는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직관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답을 확신할 수 있는 구식의 일만 답보할 뿐이다. 이 책은 논리를 찬양하고 이성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한 번쯤 곱씹어 보아야할 주제를 던진다. 직관이 논리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 모형을 사용하는가? 아니면 진리를 알아낸다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수학 공식을 가동하는가? 답은 후자다." 지금은 '문과 남자의 과학..

    '즐겁다-지겹다' 모형도

    '즐겁다-지겹다' 모형도

    아래 두 명제에서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즐겁다'와 '지겹다'로 똑같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순서에 따라 전혀 다른 표현이 된다. 명제 1 명제 2 즐겁다. 🙂 하지만, 지겹다. 🙃 지겹다. 🙃 하지만, 즐겁다. 🙂 감정의 선후 관계는 중요하다. 과정이 어쨌든 결국 후에 말한 감정이 내 현재 감정이기 때문이다. "너를 사랑했는데 지금은 싫어" / "너를 싫어했는데 지금은 사랑해" 두 문장은 같지 않다. 하지만 '즐겁다-지겹다'는 아래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환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걸 '즐겁다-지겹다' 모형도로 부르겠다. '즐겁다-지형도' 모형도에서 중요한 점은 시작이 '즐겁다' 여야 된다는 사실이다. '지겹다'로 시작하는 일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즐겁다'를 보장할 수 없다. 모든..

    "꽃 선물은 돈 낭비일까"를 전망이론으로 답해보자

    "꽃 선물은 돈 낭비일까"를 전망이론으로 답해보자

    내가 고민한 것 대비 상대방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 선물이 가끔 떠오른다. 10만원은 그 중 하나다. L이 유학 갈 때 환전한 10만원을 줬었다. 다른 친구는 유학가서 만난 외국인 친구한테 주라고 한국 젓가락, 키링, 마스크팩 등 잡다한 한국 특산물을 챙겨줬다. 비용으로 따지자면 비슷했을 것이다. 아니면 10만원이 더 많거나. 이래저래 짐 챙길 것도 많고, 필요없는 걸 주면 귀찮을테고, 학생이니 급전이 필요할 수도 있고, 하니 돈이 유용하지 않을까 했는데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L은 다른 친구가 준 선물을 훨씬 더 많이 언급했다. 효율성과 실용성으로 따지면 돈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왜 L은 반응이 별로였을까?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살펴보자. 사람들..

    엠 버터플라이(1993)

    엠 버터플라이(1993)

    유튜브에서 남자 중국인을 여자로 착각하고 20년동안 결혼생활을 한 프랑스 대사관 직원에 관한 클립을 보다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엠 버터플라이가 재밌다는 댓글을 보고 다운 받았다. [짧은 평] 순종적인 동양여성에 대한 판타지가 있던 독일 남자가 그 판타지를 충실히 재현해주는 중국인 여장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아무리 그를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더라도 그는 멈출 수 없다. 그가 사랑한 건 타인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판타지와 신념이었기 때문이다. 왜 경극에서 남자가 여자 역할을 할까요? 여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남자가 잘 아니까요. 영화는 고전 오페라 나비부인을 극에 조화롭게 투영시킨다. 동양 여성에 대한 모든 판타지는 나비라는 메타포로 묘사된다. 옛 고사성어 호접지몽 그..

    모든 순간의 물리학(2015)

    모든 순간의 물리학(2015)

    [요약] 물리학과 철학이 읽기 쉽게 쓰여진 좋은 책이다.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물리학 이론 두개와, 두 개의 이론을 바탕으로 해석한 우주, 조금 더 급진적인 물리학 이론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의 존재 가치와 삶의 가치관을 말한다. [책이 설명한 물리학 이론들] 물리학은 세상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아이슈타인은 공간또한 물질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는 그저 세상의 숨겨진 법칙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그 개념이 흔들린다. 전자는 양자도약을 통해 다른 전자로 바뀌지만, 양자도약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그 가능성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양자물리학 이론들은 물리계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가여운 것들 (2023)

    가여운 것들 (2023)

    [독특한 상황 설정] 영화는 벨라라는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다. 하지만 여느 소녀의 성장물과는 다르다. 죽은 엄마의 몸에 뇌가 이식된 소녀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녀의 삶은 특별하다. 발달되지 않은 정신과 달리 그녀의 몸은 그녀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섹스든, 여행이든, 폭식이든, 그녀의 원초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따라서 그녀는 성숙한 몸이 가진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엄청난 속도로 세상을 학습하고 가치관을 확립한다. [왜 제목은 Poor Things 인가] 세상을 여행하는 그녀의 눈에는 가여운 것들이 많다. 부모가 없는 자기 자신, 괴상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놀림받는 양아버지, 소심한 약혼자, 허세와 질투심으로 가득찬 밀회인, 성욕을 잃은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