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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씀/일기

월요병을 이기려면 일요일에 출근하세요

by 방황하는물고기 2024. 4. 18.

 

이번 글의 주제는 "나와 오래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유형화 해두어야 할까?

알고 맞으면 덜 아프기 때문이다.

 

 

그들이 올 것을 알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입을 열면 "또 그러겠거니..." , 행동을 하면 "또 저런다..." 로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아니면 처음부터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없애 타격 자체를 회피할 수 있다.

 

조직 생활에서는 후자가 쉽지 않다. 싫더라도 강제로 붙어 있어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대비해야 하니 그들을 유형화 하는 건 좋은 접근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의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첫 번째로, 그들은 뒷담화를 유독 좋아한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인간이 느끼는 쾌락 순위를 보고 무릎을 딱 쳤다. "험담을 할 때"의 쾌락은 "첫 키스"보다 강하다.

누가 매겼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는 이사람 저사람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아서 내 회포를 푼다. 나와 친한 사람들이 나에게 털어놓는 타인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다. 험담은 나와 얘기하는 상대방 간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공통의 적을 만드는 행위이다. 너도 걔 싫어? 나도 걔 싫음. 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고 받는다. 내 분노를 풀어내고 상대방과의 유대를 쌓는 적당한 뒷담화는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유독 뒷담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뒷담화를 하는 것도 좋아하고, 뒷담화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공동의 적을 만들어서 우리의 관계를 다지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재밌다. 하지만 오래 가지를 못한다.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나도 어느정도 동조를 해야하고, 그러다보면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뒤에서 이렇게 욕한 사람을 앞에서는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대할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진리는 이거다. "앞에서 못할 말 뒤에서 하지 말자". 첫 번째 유형의 그들과 어울리다보면 이 진리를 깨야하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나랑은 잘 안 맞는다.

 

두 번째로, 그들은 사람을 평가하는 걸 좋아한다.

첫 번째와도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쪽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사람을 평가하려면 자신이 채점자가 되어야 한다. 나의 기준이 있고 거기에 부합하면 통과, 미달하면 탈락이다. 그리고 자신의 평가 기준을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니는 건 자신의 평가 기준에 동조해 달라는 암묵적인 요청이다. 그리고 그 평가 기준에 못 미치는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은 기준 미달이라고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나도 길거리나 카페를 돌아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을 훑어보고, 사람들의 직업과 집안으로 편견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사람이 잘생겼다 어떤사람이 예쁘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걸 입으로 내뱉으려 하지는 않는다. 악담은 물론이고, 칭찬도 고민을 많이 한다. 누군가의 외모를 칭찬하는 순간 그 사람의 외모와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다른 모든 사람들은 갑자기 얻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어떤 칭찬이든 들으면 기분이 좋기는 하다. 그래도 내가 들을 칭찬은 상대방을 못 들을 걸 생각하면 주춤하게 된다.

평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내리는 칭찬을 받지 못하는 다른 사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랑은 잘 안 맞는다.

물론,

강제로 붙어있다보면 좋은 사람이 싫어졌다가 싫은 사람이 좋아졌다가 하는 일이 있다.

위의 유형에 부합된다는 느낌이 들어 짐짓 피했다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저 두 특성이 있는 한 나와 오래가지는 못한다. (아직까지는)

월요병을 이기기 위해 일요일에 출근하는 직장인의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대할때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웃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