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냥씀/일기

올해는 조금만 죽였을까?

by 방황하는물고기 2024. 4. 4.

 
본가에 가서 '채식주의자'를 다시 읽었다. 
5-6년 전 처음 읽었을 때와 똑같은 감상은 아니었지만, 주인공의 마음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공감이 갔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로는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올해는 조금만 죽여야지. 
 
모든 것을 조금 더 살려야지. 
 
2021년부터 매년하는 다짐이다.
올해는 조금만 죽였을까? 정량적으로 생각해 보자.
 
1. 채식
소와 돼지를 안 먹겠다고 다짐한지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러나 회사 메뉴에 나오면 먹는다. 어쩔때는 그런 메뉴가 맛있어 보여서 골라서 먹는다. 주에 세네번은 먹으니 정량적으로 실패인 것 같다. 내 돈 주고 사먹은 건 아니지 않냐고 자기 위안을 했다. 하지만 작년보다 덜 죽였다고 보긴 어렵다. 올해 다짐을 위해 회사 메뉴도 소 돼지는 최대 주 2회로 골라서 먹어야겠다. (올해 목표 수정!) 언젠가는 닭고기도 안 먹고 싶은데... 올해는 조금 더 먹고 싶다는 얄랑한 마음을 갖고있다. 내년의 나는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2. 미워하는 마음
집단의 결속을 위해서는 우물에 독을 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에서 저자는 인간은 어떤 위기가 있든 그날 저녁에 불가에 모여앉아 서로 얘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는 존재라 했다. 아마 뒷담화겠지.
 
하지만 계속해서 적을 만들면서 유대감을 쌓는 건 쾌락적이면서 불안하다. 편안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 1분기는 연민의 마음을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마음이 좁은데 억지로 노력하려다보니 표정이 썩는 건 어쩔 수 없다. 올해 하반기, 내년, 더 나이가 들면 내가 머리로 바랐던 모습이 마음 속에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글이란 신기하다. 입 밖으로 내기 부끄러운 나를 표현할 수 있다.
글 쓸 계기를 만들어준 세라와 세라와 만나게 해준 수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의 BGM: 장기하와 얼굴들 - 착한건 나쁜게 아니야

https://www.youtube.com/watch?v=GpZgbIbiU7k
노래를 더 많이 들어야 하는데, 이거다! 를 찾기 위해 수많은 별로~를 모험하기 귀찮다. 나이가 들면 듣는 노래만 계속 듣게 된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