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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씀/일기

아끼는 이를 위해 돈 쓰는 건 아까워하지말자. (인간은 상한선 내에서)

by 방황하는물고기 2024. 4. 8.
안티놀 영양제 좋아요



강아지 관절 영양제가 14만원이라니, 너무 비쌌다.
총 120정이 들었으니 가격으로 따지면 개당 1,200원 꼴이다. 집 앞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2,800원 주고 산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키며 생각했다.

강아지가 기력이 하나도 없던 적이 있었다. 사료는 입에도 안 대고, 좋아하던 간식을 가져다 줘도 처량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만 봤다. 방 구석 방석 위에 몸을 한껏 웅크려 눈을 감고 있었다. 추웠던건지, 힘들었던건지, 몸을 어찌나 오무렸는지 10키로가 나가는 강아지가 손바닥만해 보였다. 가족들이 출근할때마다 나가지 말라고 짖고 뛰어다니고 발광을 하던 애가 한명 두명 현관문을 나가도 죽은듯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탄아, 괜찮아?’ 죽은 듯 누워만 있었다.

집 앞 병원에 데려가자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었다. ‘강아지 한 쪽 대퇴골이 없네요. 알고 계셨어요?’ ‘네? 아뇨.’ 입양해 오기 전 대퇴골 절제술을 받았던 모양이다. ‘강아지가 많이 아팠겠어요.’
눈물이 왈칵 흘렀다. 아파도 안 아픈척하는게 강아지인데, 이렇게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면 얼마나 아팠던걸까? 특히 푸들은 관절이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가끔씩 가족과도 얘기하던 주제였다.

인터넷으로 급하게 관절에 좋다는 영양제와 계단을 샀다. 사야지, 사야지 생각만 하고 비싸다고 안 사고 있었었다.

더 큰 병원에 데려갔더니 관절문제는 아니고 허리 디스크가 있어 보인다 했다. ‘근육이 좋아서 대퇴골 없는 건 큰 문제 없을 거예요’
디스크 약을 며칠 먹였더니 금방 멀쩡해졌다. 그게 몇 년 전이다.

관절 영양제가 다 떨어져서 이제 또 사야될 때가 왔다.
강아지가 아플 때는 내가 잘 못 해줬던 걸 후회하고 원망했다. 비싸다고 살짝 고민했다니 참 간사하고 미친것 같다.

아끼는 이를 위해 쓰는 돈은 아까워 할 게 아니다. 이런 인생의 당연한 진리를 강아지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돈 쓸 때마다 고민한다.

그치만 내가 누군가에게 쓸 수 있는 돈의 상한선은 있다. 그 돈까지는 쿨하게 쓸 수 있지만, 임계점에 달하면 살짝 머뭇거리게 된다.
관계 관리도 중요하지만 자산 관리도 하려면 지출 상한은 정해야 한다. 이 상한선이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는 그와의 관계와 나의 재정상태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
그래도, 내 머릿속 차가운 계산기와 뜨뜻한 가슴이 정한 상한선까지는 필수 지출을 하는게 후회가 없는 것 같다. 강아지는 예외다. 무조건 써야된다. 앞으로는 머뭇거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