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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영화

가여운 것들 (2023)

by 방황하는물고기 2024. 4. 15.

 

[독특한 상황 설정]

영화는 벨라라는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다. 하지만 여느 소녀의 성장물과는 다르다. 죽은 엄마의 몸에 뇌가 이식된 소녀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녀의 삶은 특별하다. 발달되지 않은 정신과 달리 그녀의 몸은 그녀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섹스든, 여행이든, 폭식이든, 그녀의 원초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따라서 그녀는 성숙한 몸이 가진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엄청난 속도로 세상을 학습하고 가치관을 확립한다.

 

[왜 제목은 Poor Things 인가]
세상을 여행하는 그녀의 눈에는 가여운 것들이 많다. 부모가 없는 자기 자신, 괴상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놀림받는 양아버지, 소심한 약혼자, 허세와 질투심으로 가득찬 밀회인, 성욕을 잃은 노인, 가난에 굶주리는 사람들… 자신과 가까운 사람부터 타인까지 그녀의 연민은 끝이 없다. 그리고 천진난만하게도 그녀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구원하고자 한다. 그 노력은 편견없이 자신을 바라봐준 벨라에게 구원받은 양아버지처럼 성공하기도 하고, 선원들에게 자신의 돈을 몽땅 사기 당했을 때처럼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그녀 하나만으로는 세상의 수많은 가여운 것들을 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가 구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녀 자신을 구하기로 한다. 그녀가 처한 특수한 상황 덕분에 벨라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

성장한 벨라는 과거에 자신(이라기에는 뭐하지만, 자신의 어머니이니까)을 억압했던 전남편을 염소의 뇌와 바꿔버린다.

그녀의 엄마와 달리 그녀는 남편의 억압과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 영화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녀가 극복한 장애물들로 이뤄진 유토피아를 보여주며 끝이 난다.

 

[섹스씬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영화는 혼란-역경-극복으로 구성된 정통적의 성장물의 서사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표현은 평범한 작품보다 훨씬 더 섹슈얼하고 그로테스크했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탔다고 하던데, 파격적인 시도에 높은 점수를 줬던 것이 아닐까.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표현이 과했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주인공의 자위 장면이나 창녀가 되어 손님을 상대하는 장면 등 성관계 장면을 지나치게 많이 보여준다. 원래 주제 이상의 감독의 욕망이 투영된 것으로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양아버지가 벨라의 대체로 성인의 몸에 아기의 정신을 넣은 실험체를 하나 더 만든건, 여자를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느낌이 강했다.

 

[결론]
정통적인 성장물의 양식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시도와 영상미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을 소모품 혹은 욕망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불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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