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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다-지겹다' 모형도

    '즐겁다-지겹다' 모형도

    아래 두 명제에서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즐겁다'와 '지겹다'로 똑같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순서에 따라 전혀 다른 표현이 된다. 명제 1 명제 2 즐겁다. 🙂 하지만, 지겹다. 🙃 지겹다. 🙃 하지만, 즐겁다. 🙂 감정의 선후 관계는 중요하다. 과정이 어쨌든 결국 후에 말한 감정이 내 현재 감정이기 때문이다. "너를 사랑했는데 지금은 싫어" / "너를 싫어했는데 지금은 사랑해" 두 문장은 같지 않다. 하지만 '즐겁다-지겹다'는 아래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환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걸 '즐겁다-지겹다' 모형도로 부르겠다. '즐겁다-지형도' 모형도에서 중요한 점은 시작이 '즐겁다' 여야 된다는 사실이다. '지겹다'로 시작하는 일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즐겁다'를 보장할 수 없다. 모든..

    "꽃 선물은 돈 낭비일까"를 전망이론으로 답해보자

    "꽃 선물은 돈 낭비일까"를 전망이론으로 답해보자

    내가 고민한 것 대비 상대방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 선물이 가끔 떠오른다. 10만원은 그 중 하나다. L이 유학 갈 때 환전한 10만원을 줬었다. 다른 친구는 유학가서 만난 외국인 친구한테 주라고 한국 젓가락, 키링, 마스크팩 등 잡다한 한국 특산물을 챙겨줬다. 비용으로 따지자면 비슷했을 것이다. 아니면 10만원이 더 많거나. 이래저래 짐 챙길 것도 많고, 필요없는 걸 주면 귀찮을테고, 학생이니 급전이 필요할 수도 있고, 하니 돈이 유용하지 않을까 했는데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L은 다른 친구가 준 선물을 훨씬 더 많이 언급했다. 효율성과 실용성으로 따지면 돈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왜 L은 반응이 별로였을까?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살펴보자. 사람들..

    엠 버터플라이(1993)

    엠 버터플라이(1993)

    유튜브에서 남자 중국인을 여자로 착각하고 20년동안 결혼생활을 한 프랑스 대사관 직원에 관한 클립을 보다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엠 버터플라이가 재밌다는 댓글을 보고 다운 받았다. [짧은 평] 순종적인 동양여성에 대한 판타지가 있던 독일 남자가 그 판타지를 충실히 재현해주는 중국인 여장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아무리 그를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더라도 그는 멈출 수 없다. 그가 사랑한 건 타인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판타지와 신념이었기 때문이다. 왜 경극에서 남자가 여자 역할을 할까요? 여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남자가 잘 아니까요. 영화는 고전 오페라 나비부인을 극에 조화롭게 투영시킨다. 동양 여성에 대한 모든 판타지는 나비라는 메타포로 묘사된다. 옛 고사성어 호접지몽 그..